Northern Vietnam and South-West China, # 8
하노이, 하롱베이, 사빠, 윈난성, 쓰촨성, 충칭 25 Jul. ~ 26 Aug. 2004

 

 

<> 사빠에서 나홀로 트레킹 
[] 2004년 8월 1일 일요일, 대체로 비,  사빠


5:30 am, 눈을 뜨니 밖이 훤하게 밝았다. 기차가 강을 따라 달리다가 간혹 논을 끼고 달리고, 다시 강을 따라 달리기를 반복한다. 고산지대라 추울 줄 알았는데 사람들의 옷차림을 보니 반팔 차림이다. 기차 안은 여전히 춥다. 오히려 창문을 열어 놓은 복도가 훨씬 따뜻하다.

 


7:40 am, 라오까이(Lao Cai)에 도착이다. 9시간 30분 걸렸다. 라오까이는 해발고도 650미터에 위치한 인구 3만 5천명의 도시로 중국의 허꼬우(河口)라는 도시와 홍하를 사이에 두고 국경을 맞대고 있다. 어떤 빽인지도 몰라도 사빠(Sapa)행 버스가 기차역 안에 들어와 있다. 사빠를 외치며 호객꾼들이 달려들지만 박하(Bac Ha)를 외치면 이들을 물리친다.


기차 도착하는 시간에 맞추어 박하행 버스도 많을 줄 알았는데 예상과는 달리 박하행 버스는 11시나 되어야지 있단다. 박하에 가려는 중요 이유는 일요일 아침에 서는 장을 보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호객꾼 말이 오전에만 잠깐 장이 서기 때문에 도착하면 장이 끝날 것이란다. 그래 네 말이 많다. 박하는 인연이 아닌가 보다.


다시 기차역으로 들어가 기다리던 버스를 탄다. 기차역에 내린 대부분의 서양 여행객들은 투어에 참가한 듯 삼삼오오 기차역 밖에 대기하고 있던 투어버스를 타고 사라진다. 버스비가 25,000동이다. 가만히 보니 몇 사람은 차비를 내지 않는다. 이 버스도 투어버스이고, 투어 참가자를 태운 후 빈자리에 일반 승객들을 태워서 가는 것 같다.


8:00 am, 라오까이를 벗어나자 곧 계단식 논들이 나타나고, 그들만의 고유한 전통복장을 입은 소수민족들도 보이기 시작한다. 산 쪽에서는 여행객들을 꽉꽉 태운 봉고차들이 끊임없이 내려오고 있다. 짐작으로는 모두 박하 장에 가는 차들인 것 같다. 금요일 밤에 출발해서 어제 사빠 장과 주변 지역을 트레킹하고, 오늘 박하 장에 들린 후 주변 마을 하나를 다시 방문하고, 밤 기차로 다시 돌아가는 2박 3일 투어에 참가한 사람들...


산의 중턱쯤에 들어서자 비가 퍼붓기 시작한다. 비가 자주 오는지 걷는 사람들이나 오토바이를 운전하고 가는 사람들도 모두 우비를 입고 있다. 베트남의 다른 지역과는 달리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헬멧을 많이 착용하고 있다. 다시 조금 더 올라가자 해가 난다. 안개 속을 통과했나? 사빠가 가까워 오자 전통복장을 입고 대바구니를 메고 사빠를 향해 걸어가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8:50 am, 사빠에 들어서자 교회 앞과 시장 입구에 푸른색 전통복장을 입은 흐몽(H'mong) 사람들이 와글와글 모여 있는 모습이 보인다. 여자들은 큰 귀고리와 다리에 찬 토씨가 인상적이고, 남자들은 상의 목 칼라에 수를 놓은 것이 특징적이다. 경험상 남자들이 전통복장을 입는 곳이라면 그 민족의 고유성을 아주 많이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제대로 온 것 같다.


버스 종점이 묵으려고 찜해 두었던 마운틴뷰(Mountain View) 호텔이다. 버스에서 내리는 엄청난 호객꾼들이 달려든다. 그냥 잽싸게 호텔로 들어간다. 방값은 8달러. 전망 좋은 윗방은 9시 30분이나 되어야지 투숙이 가능하단다. 새로 도착한 사람, 투어 떠나는 사람들로 로비가 상당히 붐빈다.

 

짐을 로비에 놓고 시장으로 나가본다. 일요일이어서 그런지 장 분위기가 살아있다. 굳이 토요일 장날에 맞춰서 올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장에서 여행객들이 하는 일은 뭐 특별한 물건을 산다기 보다 흐몽족 사진 찍기이다. 시장 1층엔 식당가가 있고 일요일을 맞아 나들이 나온 많은 흐몽족 가족들이 외식을 즐기고 있다. 왔다갔다 하다 찹쌀 도너츠 하나 사먹는다(2,000d)


론리플래닛에 진정한 배낭족 식당이라고 소개한 차파(Chapa) 식당에 가보니 분위기가 상당히 고급스러워졌다. 옆에 있는 허름한 안다오(Ahn Dao) 식당이 내 취향이라 들어가 본다. 특히 탁자 두 개를 밖에 내다 놓았는데 바로 길가라 사람 구경하기도 좋고 사진 찍기도 좋다. 오믈렛과 볶음밥을 주문한다. 아주 맛있다. 이 집만 밀어줘야지!(떠날 때까지 삼시 세 때를 이 식당에서 먹었다).

 


11:00 am, 마운틴뷰에 돌아가니 위층에 전망 좋은 방은 내일이나 되어야지 빈단다. 그리고 아래쪽 방을 보여주는데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전망이 좋아 보이는 뱀부 사빠(Bamboo Sapa) 호텔에 들려본다. 발코니가 있다. 안개가 껴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지만 종업원 말이 아무튼 전망이 좋단다. 방값은 35달러, 옆에 조금 더 싼 곳이 있다 해서 가보니 역시 여기도 15달러로 비싸기만 하고 마음에 속 들지는 않는다.


숙소를 나서다가 하롱베이를 투어를 함께 했던 덴마크 친구들을 만난다. 지나가는 말로 한 마디 물어본다.

“어디에 묵고 있니?”

“로터스(Lotus)에 묵고 있어!”


바로 로터스에 가보니 산과 시가지가 골고루 잘 보이는 방이 6달러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주 깨끗하다. 이곳에 머물기로 한다.

 

12:10 pm, 깟깟(Cat Cat) 마을을 향해서 걸어가기 시작한다. 사빠 시장에서 남서쪽으로 3km 정도 떨어져 있는 마을이다. 오토바이를 빌려 주변의 이곳저곳을 다녀볼까도 생각했지만 비가 오락가락해서 위험할 것 같아 그냥 나홀로 트레킹을 가기로 작정한다. 사빠를 빠져나가자마자 도로에 깟깟 마을 입장료를 받는 사무실이 있다. 5천동이다. 그리고 바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우산 준비해 오길 잘했다.


포장도로를 따라 걷는다. 장에 다녀오는 대부분의 현지인들은 오토바이 택시를 타고 다닌다. 아침에 내려갔던 것으로 추정되는 외국인들은 힘겹게 오르막길을 걸어서 올라오고 있다. 30분 정도 포장도로를 따라 걸어가자 계단 길이 쭉 이어져 있는 것이 보인다. 여기인가? 에라 모르겠다. 그냥 걸어본다. 꼬마들이 가까이 와서 두리번거리더니 영양가 없다고 생각했던 지 그냥 계단을 뛰어올라간다.

 


간간이 집들이 보이고 콜라나 물을 내다파는 곳도 있고, 기념품을 걸어놓은 곳도 있다. 집 주변엔 계단식 논들이 자리 잡고 있고, 논엔 벼들이 꽤 높게 자라 있다. 나를 제외하곤 여행객들은 한 명도 보이지 않고, 비가 와서 그런지 현지 주민들도 잘 보이지 않는다. 논 사이의 비포장도로는 진창길이라 오토바이들도 다니지 못할 정도이다. 오솔길보다 조금 넓은 길을 따라 계속 걷는다. 계곡 사이에 강이 흐르고 그 옆에 계단식 논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고 간간이 집들이 자리 잡고 있다. 계곡의 가장 위쪽에 버스가 다니는 길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길을 잃을 염료는 없다. 여차하면 그냥 수직으로 올라가면 된다.

 

폭포가 있는 계곡을 하나 빠지자 강이 갑자기 넓어지며 건너편에 계단식 논들이 보이고 논 사이사이에 허수아비들이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라오차이(Lao Chai) 마을인가 보다. 소를 치거나 양을 치러 나와 있는 사람들을 몇 명보는 것을 제외하곤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는 호젓한 길을 계속 걷는다. 사빠에서 출발한 지 세 시간 만에 강을 건너는 작은 현수교가 있는 지점에 도착한다. 여긴 중요지점이라 그런지 현지인들이 자주 지나다닌다. 비가 억수처럼 쏟아지는 가운데도 비닐을 덮어쓰거나 우산을 쓰고 짐을 잔뜩 짊어지고 사빠 쪽에서 내려온다. 걷는 수밖에 별 방법이 없는 곳이다.


언덕길을 향해 한 시간을 올라간다. 가다 돌아보면 멋진 풍경이 펼쳐지고, 더 올라가면 더 좋은 풍경이 펼쳐지고... 더디게 걷을 수밖에 없다. 내려오면서 봤으면 돌아볼 필요도 없이 쉽게 구경을 했을 텐데... 정확히 내려오는 지점만 안다면 오늘 걸은 반대방향으로 걷는 것이 훨씬 좋을 것 같다. 길은 한참 공사 중이라 질퍽거리고 곳곳에 흙탕물이 잔뜩 고여 있는 웅덩이가 있다. 오토바이 택시인 쎄옴을 타고 사빠로 돌아온다(5,000동).

 


16:30 pm, 비 맞으면서 오래간만에 오래 걸었더니 피곤이 몰려온다. 저녁 먹을 때까지 잠을 좀 잔다. 저녁 먹기 전에 내일 출발하는 당일 트레킹을 마운틴뷰 호텔에서 신청한다. 1인당 8달러이고 가이드, 교통편, 점심이 포함되어 있다. 조금 외진 곳으로 가려고 했으나 장날 시간들이 모두 나의 일정과 맞지 않는다. 사빠와의 인연은 내일까지 인가 보다.


20:00 pm, 역시 안다오 식당에 가서 핫팟(Hot Pot)으로 몸을 녹이며 피로를 푼다. 물론 스프링롤과 하노이 맥주(Bia Hanoi)도 함께 챙긴다. 여행자들의 느낌은 모두 비슷한가 보다. 식당이 꽤 붐빈다. 외국인 여행자들뿐만 아니라 베트남 현지인들도 꽤 많이 찾는 곳이다. 론리플래닛의 말대로 금요일과 토요일 밤을 피한 사빠의 밤은 정말 고즈넉하다. 비가 그렇게 오더니만 밤엔 달이 무지하게 밝다. 변화무쌍한 종잡을 수 없는 날씨가 사빠 날씨의 특징인 것 같다. 내일은 날씨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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