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rthern Vietnam and South-West China, # 10
하노이, 하롱베이, 사빠, 윈난성, 쓰촨성, 충칭 25 Jul. ~ 26 Aug. 2004

 

 

<> 기대하지 않으면 기쁨이 배가 된다

[] 2004년 8월 3일 화요일, 비온 후 맑음, 사빠=>라오까이=>헤꼬우=>유안양(난사이)=>신지에


5:00 am, 빗소리에 깬다. 번개와 천둥까지... 어젯밤에 라오까이에 나갈 걸 그랬나?

 

6:20 am, 숙소를 나선다. 거리가 아주 한산하다. 봉고 차들이 숙소가 있는 곳까지 들락거리며 라오까이를 외치지만 손님이 하나도 없다. 무거운 짐을 들고 교회 앞까지 걸어올라가 사람이 두 명 타고 있는 봉고차에 오른다. 30분을 시내 여기저기를 돌아 13명을 채우자 차가 출발한다. 어느 정도 라오까이 쪽으로 내려가자 날씨가 화창해 진다.

 

7:50 am, 삼일 전 올라올 땐 그렇게 큰 도시라고 느끼지 못했는데, 오늘 보니 꽤 큰 도시이다. 홍하에 놓인 다리를 건너자 운전사가 내려준다. 다리에서 바라보니 지척에 중국 도시인 헤꼬우가 보인다. 국경까지 5분 정도를 걷는다. 마지막으로 베트남 음식을 즐기려고 가이드북을 보고 마음에 정해 두었던 식당 자리엔 공사가 한창이다. 다른 길가에 있는 식당에서 마지막으로 5천동을 주고 베트남 쌀국수를 먹는다. 6만동이 남았다. 숙소 비용을 동으로 낼 걸...

 


8:30 am, 베트남 이민국은 5~6층의 건물로 높게 지었지만 아직 오픈을 하지 않았고, 옆에 허름한 가건물에서 이민국 업무를 보고 있다. 이민국 들어가기 전에 환전상들이 줄지어 앉아 있다. 중국 쪽에는 베트남 돈을 바꾸는 곳이 없을 것 같아 남은 돈을 모두 중국돈으로 바꾼다. 6만동을 2달러로 생각하고 1달러에 8위엔이니까 내심 16위엔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20위엔을 준다. 이민국에서 와서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니 6만동이면 4달러이다. 12위엔을 그냥 환정상 아줌마에게 헌납했다. 30위엔 받았으면 그럭저럭 위안이 될텐데... 론리플래닛에는 다리 건너는데 3천동을 받는다고 되어 있는데, 돈을 받지 않는다.


10:00 am, 중국 쪽은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지방의 국경 도시인데도 5~6층짜리 하얀색 타일로 꾸민 빌딩들이 즐비하고, 꽤 큰 상가가 형성되어 있다. 베트남보다 서쪽에 있으므로 시간이 더 느려야 할 것 같은데 1시간이 더 빠르다. 중국은 모두 베이징 시간을 따른다. 시차를 미리 고려했다면 라오까이에서 잤을텐데...


예상한대로 중국 쪽에는 환전상이 없다. 20위엔이라도 건졌다고 생각하자. 6만동 그냥 지갑 속에 넣어 고스란히 한국으로 가져올 뻔 했으니까... 이민국을 나오자 막막하다. 베트남 론리플래닛에서 라오까이 정보는 있지만 헤꼬우(河口)에 관한 정보는 없다. 그리고 중국 정보책자에도 헤꼬우 정보는 없다. 그런데 도시도 작아 보이지 않고... 버스터미널을 찾아가야 하는데 어디로 가야하지?


일단 이민국을 나와 상가를 따라 한 블럭을 걷는다. 길 건너 중심가는 계속 이어진다. 그리고 방위상 오른쪽으로 가면 기차역이다. 택시를 타고 터미널에 가자고 할까? 가게에 있는 젊은 사람들에게 영어로 물어보지만 한 마디도 통하지 않는다. 베트남에서는 영어가 꽤 통했는데... 론리플래닛의 뒤쪽에 나와 있는 회화 부분에서 한자로 쓰여진 버스터미널을 보여준다. 강쪽으로 가라고 손짓을 한다.


10:20 am, 한 블록을 걸으니 바로 강이다. 어디 버스터미널이 있지? 호텔만 하나 덩그러니  있는데! 1층으로 들어가자 매표소가 있고 뒤쪽에 버스들이 서 있다. 그리고 서양인 여행객 한 쌍도 보인다. 제대로 찾았군! 일단 안도의 한숨...

 


가이드북에 있는 내용에 따라 계획한 여정은 지안스이(建水)에 먼저 간 다음 남쪽에 있는 유안양(元陽)에 갔다가 다시 밤차로 쿤밍에 가서 주변을 둘러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안스이행 버스는 아침에만 있다. 호객꾼 녀석이 한 명 붙더니 10시 50분에 출발하는 쿤밍행 버스(쿤밍까지 90원)를 타고 가다가 카이양(50원)에서 내리란다. 그러면 거기서 지안스이 가는 버스가 많다고 한다.


서양 여행객에게 물어보니 쿤밍을 가려는데 아직 표를 끊지 않았단다. 일행 중 한 명이 지금 기차표를 알아보러 간 중이라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터미널 벽에 붙어 있는 윈난성 남부 교통망 지도를 보니 헤꼬우에서 유안양에 바로 가는 버스도 있다. 그런데 아침에만 있다. 아! 고민이다. 그냥 지안스이를 거쳐 유안양을 포기하고 쓰이린(石林)으로 갈까?


와중에 차장인 듯한 녀석이 한 명 다가 와서 한자로 종이에 유안양 가는 방법을 적는다. 먼저 난사이(南沙)에 간 다음, 거기서 29 km 떨어진 유안양에 가면 된다고 한다. 자기가 운전하는 버스가 홍헤(紅河)까지 가는데 중간에 난사이를 거치다고 한다. 최종적으로 이 버스를 타기로 한다. 11시 40분 출발이고 요금은 29위엔이다. 허름한 창구에서 표를 끊었는데 전산화가 되어 있어 좌석번호까지 나온다. 그리고 보험료로 1위엔을 따로 내어야 한다. 이제 여유가 좀 생긴다. 콜라와 과자로 요기를 조금한다.


나중에 론리플래닛을 자세히 읽어보니 유안양이라고 부르는 곳이 두 군데 있다. 한 군데는 홍하 변에 자리 잡은 신도시로 난사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구 유안양은 거기서 29 km 떨어져 있는 곳에 위치한 산간 도시로 신지에(新街)라고 부르는 곳이다. 결국 내가 가고자 했던 곳은 신지에이다.


11:40 am, 정시에 버스가 출발한다. 중형 버스로 열 서너 좌석에 사람이 거의 꽉 찬다. 우와! 무지 덥다. 홍하(Red River)를 따라 잘 닦은 포장도로가 이어져 있다. 이런 길을 어떻게 닦았지? 한쪽은 붉은 색의 강이 흐르는 협곡이 이어지고 간혹 나타나는 평지엔 바나나 플랜테이션들이 자리 잡고 있다. 중간에 작은 도시에서 여권 검사를 한 번 한다. 그리곤 쉬지도 않고 내처 달린다. 콜라랑 과자를 조금 사서 탄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 강한 햇살에 뜨거워진 버스 안에서 조는 둥 마는 둥하며 간다. 중국인지 태국인지 구분이 잘 가지 않는다. 너무 더워서...


15:30 pm, 홍하가 갑자기 넓어지더니 깨끗한 새로 지은 건물들이 즐비한 난사이에 도착한다. 터미널은 아닌 듯한데 길가에 내리니 다마스 같은 작은 빵차들이 택시라는 표시를 달고 줄지어 있다. 마침 신지에라고 한자로 쓴 중형 버스가 한 대 온다. 잽싸게 올라탄다. 신지에까지 차비는 5위엔이다.

 


차가 힘이 좋다. 엄청난 속도로 많은 차들을 추월하면서 계속 산 위로 올라간다. 10분 정도 올라가니 저 아래 난사이와 홍하가 까마득하게 내려다보인다. 그리고 내가 여기 온 목적 중에 하나인 계단식 논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어디까지 올라갈 것인지 버스는 계속 올라간다. 간간히 계단식 논사이로 붉은색 벽돌로 지은 마을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16:40 pm, 신지에에 도착이다. 산 능선에 자리 잡은 도시로 능선부분을 따라 도로가 나와 있고 그 아래쪽 양 옆과 언덕에 집들이 형성되어 있다. 버스에서 내리는 넓은 광장이 있고, 자려고 꼽아 두었던 두 번째 숙소인 정부 초대소가 보인다. 론리플래닛엔 여행자들에게 추천을 많이 받은 좋은 숙소로 홍콩 사람이 경영하는 백패커랑데뷰(Backpacker Rendezvous)가 소개되어 있다.


하지만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다. 지도도 없고, 주소도 없다. 중국사람 몇 명을 잡고 물어봤으나 영어가 전혀 통하지 않는다. 광장에 앉아 있자니 서양 여행객들도 보여 물어보지만 역시 모두들 초대소에 묵고 있는 사람들이다.


http://www.chinainfinity.com/webpages/provinces/yunnan/yn_cities/yuanyang.htm

에서 우연찮게 백패커랑데뷰를 찾은 사람의 추억일기가 있음. 주인인 탐(Tam)을 만나 자세한 소개를 받아 멋진 여행을 할 수 있었다고 함

http://beijinginfinity.com/chinainfinity/picture/yuanyangalbm/

에는 유안양의 멋진 사진들이 있는데, 직접 찍은 것이 아니라 엽서를 스캔한 듯 함


17:10 pm, 곧 해가 질 것 같아 할 수 없이 초대소에 투숙한다. 초대소(도미토리 20원, 화장실 있는 방 80원)도 나름대로 운치가 있다. 창을 열면 바로 광장이 보여 사람들이 당구치는 모습도 보이고, 계곡 건너편의 계단식 논과 작은 마을들도 보인다. 가방을 던져 놓고 바로 밖으로 나간다.


앗! 카메라 밧데리가 수명을 다했다. 조금 전까지 사진을 찍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전혀 작동을 하지 않는다. 전파사라는 전파사, 잡화점이라는 잡화점을 모두 들어가 보지만 필요한 건전지인 2CR5는 없다. 한 30분을 돌아다니다 지쳐 거의 포기하고 있는데 사진 가게에서 색바랜 건전지 하나를 발견한다. 50원을 주고 건전지를 산다. 다행이다. 일단 마음이 놓이자 다시 배가 고파오기 시작한다.


 

밥에 반찬을 여러 개 얹어먹는 따오찬을 굽는 두부와 곁들여 먹고 잘 사먹지 않는 과일까지 사서 먹는다. 그리고 다시 광장으로 나가본다. 해가 아직 서쪽 산으로 완전히 넘어가지 않았다. 전통 복장을 입은 하니족 사람들이 가족끼리 삼삼오오 나와서 산책을 즐기고 있다. 특별히 볼거리가 있는 곳이 아니어서 여행자로서 바쁠 것도 없지만 나름대로 활기도 뛰는 그런 작은 도시여서 지루하지도 않고 분위기도 아주 좋다. 사람들의 모습이 재미있는 그런 곳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석양이 너무 멋지다. 제대로 왔다.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전혀 기대를 하지 않았고, 올까말까도 망설였던 곳이었는데...


21:00 pm, 초대소의 리셉션에서도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다. 내일 아침엔 계단식 논을 보러 가야하는데 제대로 갈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가이드북을 읽어서는 어디가 어디인지 인식이 되지 않는다. 모두 영어식 발음으로 표기를 해 놓았는데 한자어만 표기되어 있다면 그냥 보여주기만 하면 어디로 가야하는 지 알려 주는데... 초대소 로비에 있는 지도에 주변 지역이 그려져 있고, 그곳에서 볼 수 있는 경관이 사진으로 붙어 있다. 안되면 5~6km 떨어진 작은 마을에나 다녀와야겠다. 아! 기나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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